[내일의 독서 말씀] “듣는 마음을 주소서”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내일의 독서 말씀] “듣는 마음을 주소서”

제임스
2026-02-06 18:12 187 0

본문


솔로몬의 이 장면은 언제 읽어도 마음을 멈추게 한다.
하느님께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하고 물으시는 이 질문 앞에서, 그는 젊은 임금답지 않게

자신의 가능성이나 야망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자신을 어린아이라 부른다.

통치의 자리에서 스스로의 미숙함을 먼저 고백하는 이 태도,

이미 지혜의 문턱에 서 있는 사람의 자세처럼 보인다.


이 대목이 깊이 다가오는 이유는, 솔로몬이 청한 것이

해결 능력이 아니라 듣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강한 손이나,

앞을 꿰뚫는 전략을 구하지 않는다.

대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달라,

더 정확히는 히브리어 원문이 암시하듯 귀 기울일 줄 아는 마음을 청한다.

 

우리의 일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정에서, 공동체에서, 직장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책임의 자리에 서게 된다.

그때마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기도한다.
잘되게 해 주십시오.”
문제를 없애 주십시오.”
결과를 주십시오.”

그러나 솔로몬의 기도는 방향이 다르다.
주님, 제가 먼저 잘 들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사람의 말,

상황의 신호,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뜻을.

하느님께서 이 기도를 보시기에 좋았다

하신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지혜는 소유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잘 듣는 사람은 혼자 앞서가지 않고, 쉽게 판단하지 않으며,

자신이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 통치는 지배가 아니라

봉사가 되고, 판단은 단죄가 아니라 책임이 된다.


그래서 하느님은 말씀하신다.
네가 그것을 청하였으니
마치 이렇게 덧붙이시는 것처럼 들린다.
네가 나보다 먼저 무엇을 얻으려 하지 않았기에,

나는 네 삶 전체를 맡길 수 있구나.


이 본문은 단지 솔로몬의 지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기도의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먼저 청하는가.
성과인가, 이해인가.
승리인가, 분별인가.
내 편을 늘려 달라는 기도인가,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을 달라는 기도인가.

하느님께서는 솔로몬에게 청하지 않은 것까지더해 주신다.


그러나 그 순서는 분명하다.

먼저 듣는 마음, 그 다음에야 부와 명예가 따라온다.

순서가 바뀌면, 그 부와 명예는 지혜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무너뜨리는 무게가 된다.

솔로몬의 후반 생애가 그 사실을 조용히 증언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 이 말씀을 신앙인의 자리에서 읽으며,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나는 하느님 앞에서 무엇을 청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기도 속에,
듣는 마음을 주소서라는 한 줄이 들어 있는지.


지혜는 멀리 있지 않다.
하느님의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말하기보다 먼저 들을 줄 아는 그 자리,
바로 그곳에서 지혜는 시작된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가톨릭출판사 천주교서울대교구 cpbc플러스 갤러리1898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굿뉴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신문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