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독서 말씀] 잃어버린 것을 찾으러 떠난 길에서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내일의 독서 말씀] 잃어버린 것을 찾으러 떠난 길에서

제임스
2026-01-16 20:03 8 0

본문


사울의 이야기는 매우 일상적인 장면에서 시작된다.
왕의 부르심도, 기름부음도, 처음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울이 길을 나선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암나귀 몇 마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가축을 찾으러 종 하나를 데리고 떠난 젊은이.
에프라임 산악 지방을 돌아다니고, 살리사와 사알림을 지나 다시 벤야민 땅으로 돌아오기까지, 그는 그저 성실히 길을 걸었을 뿐이다. 아무 기적도 없고, 아무 계시도 없다. 다만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른다.


그러나 성경은 이 헛수고처럼 보이는 여정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사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느님의 계획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무엘이 사울을 처음 보았을 때, 주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이 사람이 내가 말한 바로 그 사람이다.”
사울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은 암나귀뿐이다.
그런 그에게 사무엘은 말한다.
앞장서서 산당으로 올라가시오. 오늘은 나와 함께 음식을 들고.

하느님의 부르심은 늘 이렇게 다가오는 듯하다.
예언의 언어보다 먼저 식탁으로, 선언보다 먼저 함께 먹는 자리로 초대하신다.
사울의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은, 기름병이 아니라 밥상에서 시작된다.

그날 밤, 사울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잃어버린 암나귀, 집에 남겨 둔 아버지, 돌아갈 길.
그러나 성경은 말한다.
그때 당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일도 다 일러 주겠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스스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걱정과 계획을 무시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그것을 품은 채로 새로운 길로 이끄신다.

사울은 암나귀를 찾으러 나섰지만, 하느님께서는 사울 자신을 찾고 계셨다.

이튿날 아침, 사무엘은 기름병을 가져와 사울의 머리에 붓는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주님께서 당신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그분의 소유인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우셨소.”

기름부음은 칭찬이 아니다.
선택의 표식이면서 동시에 짐을 맡기는 행위.
이제 너의 삶은 너만의 것이 아니다.”
너는 주님의 백성을 맡아야 한다.”


명동 밥집에서 만났던 한 노숙자의 얼굴이 문득 겹쳐진다.
배고픔 때문에 밥과 국을 일곱 번이나 더 드시던 그분.
그분 역시 무언가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
음식만이 아니라, 자신이 잊혀히지 않았다는 증거를,
누군가와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최소한의 존엄을.

사울도 마찬가지다.
그는 왕이 될 준비가 되어 있어서 선택된 것이 아니다.
다만 부름에 응답하며 길을 걸었을 뿐이다.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우리를 그렇게 부르신다.
왕으로가 아니라, 예언자로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맡을 사람으로.

혹시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암나귀를 찾는 헛수고처럼 느껴질지라도,
그 길 위 어딘가에 하느님의 식탁이 준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으로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가톨릭출판사 천주교서울대교구 cpbc플러스 갤러리1898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굿뉴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신문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