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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경 말씀] 성탄 이야기 - 식품인이 바라본다면

제임스
2026-01-01 07:51 2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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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성탄의 이야기를 식품인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면
,
그것은 한 편의 따뜻한 먹어야 하는 존재의 기록처럼 다가온다.
거룩한 신비로만 익숙했던 장면이, 생명을 다루는 사람의 시선에서는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읽히기 시작한다.


목자들은 들판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
양의 상태를 살피고, 풀이 얼마나 자랐는지 가늠하며,
새끼가 제대로 젖을 먹고 있는지를 날마다 확인하던 이들이다.
생명이 어떤 속도로 자라고,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몸으로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서둘러베들레헴으로 갔다는 복음의 표현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생명을 다루는 사람은 소문보다 현장을 먼저 확인한다.
말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야 직성이 풀린다.
목자들이 움직인 이유도 그랬을 것이다.
하늘에서 들은 말이 과연 사실인지, 생명이 실제로 그 자리에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이 찾아낸 곳은 왕궁도 성전도 아닌 구유였다
.
짐승의 먹이를 담아 두던 자리,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공간이다.
식품인의 언어로 말한다면, 구유는 가장 원초적인 급이 시스템이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설비다.
그 구유에 아기가 누워 있었다는 사실은,
말씀이 사람이 되신 사건이 철저히 먹여야 사는 존재로 오셨음을 보여 준다.
인간의 생명은 언제나 먹어야 하는 존재라는 구조 안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거룩한 생명이라 해도, 젖을 먹고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면 자랄 수 없다.
성탄의 신비는 바로 이 생물학적 현실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목자들은 아기를 보고 나서 자신들이 들은 이야기를 전한다.
이것은 교리의 전달이 아니라 경험의 공유다.
보고, 듣고, 확인한 뒤에 전하는 말이다.
식품 현장에서 이런 말은 가장 큰 신뢰를 얻는다.
데이터보다 먼저 나오는 내가 직접 봤다”, “먹어 봤다는 한마디.
그래서 사람들은 놀라워한다.
설명은 길지 않았을지라도, 그 말에는 현장의 온기와 생명의 체온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다르게 반응한다.
그녀는 즉시 말하지 않는다. 감탄하지도, 판단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긴다.
식품인의 눈으로 보면, 마리아는 즉각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는 사람이다.
한 번의 관능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는 변화를 기다리는 태도다.
좋은 음식이 그렇듯, 중요한 사건도 곧바로 맛이 드러나지 않는다. 저장과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리아의 침묵은 무지가 아니라, 깊은 발효의 시간이다.


목자들은 다시 돌아간다
.
돌아간다는 것은 원래의 자리, 다시 양을 돌보는 일상으로 복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일상은 이전과 같지 않다.
이제 그들의 손길은 단순한 생계의 노동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자리와 이어진 행위가 된다.
생명을 먹이는 일이 곧 찬미가 된다.
식품인의 삶도 이와 닮아 있다. 공장으로, 연구실로, 부엌으로 다시 돌아가지만,
그 일이 누군가를 살리는 일임을 깨닫는 순간 노동은 하나의 기도가 된다.

 

여드레가 지나 아기는 이름을 얻는다.
예수라는 이름은 잉태되기 전부터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 이름이 불린 시점은 분명하다. 태어나고, 보호받고, 먹여진 뒤다.
생명은 먼저 살아야 이름을 감당할 수 있다. 식품도 마찬가지다.
원료는 곧바로 이름을 얻지 못한다.
가공과 시간, 그리고 검증을 거쳐야 비로소 하나의 음식으로 불린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그 존재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다.


이 성탄의 장면은 식품인에게 조용히 묻는다
.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구유 곁에서 생명을 확인하는 목자인가?
말을 아끼며 시간을 들여 의미를 숙성시키는 마리아인가?
아니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묵묵히 먹임의 일을 이어 가는 사람인가?

구유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오늘도 우리의 식탁에서, 우리의 손끝에서 계속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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