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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경 말씀] 돌이 울고, 마음이 깨어나는 자리에서

제임스
2025-11-20 06:18 2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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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다.
많은 이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님에도,
그 결정을 내가 내려야 한다고 느껴질 때의 무게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다.

특히 그 결정이 누군가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대세에 따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앞섰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올바르지 않다는 작은 신호가
물속에서 솟아오르는 기포처럼 조용히,
그러나 끝내 무시할 수 없게 울리곤 했다.

그 신호를 따라간 길 위에서
나는 때로 외로웠고, 때로는 불편했으며, 한동안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그때 용기를 내었던 선택이
얼마나 귀한 길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유관순 열사가 유치장에서 고문과 회유를 받으면서도
조금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단단한 마음이 얼마나 고독했는지,
얼마나 외로운 싸움이었는지 가만히 떠오른다.

오늘 독서에서도 그런 인간의 단호함과 고요한 용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모데인의 저녁 빛은 늘 그렇듯 붉고 잔잔했지만,
그 날 만큼은 바람마저 숨을 고르는 듯 고요했다.
마타티아스는 성읍 한가운데 서 있었다.
사람들은 작은 목소리로 서로를 살피고 있었고,
임금의 관리들은 비단결 같은 말투로 다가와 유혹의 손을 내밀었다.

당신도 이제 이 흐름에 몸을 싣지요.
부귀와 안전, 당신과 아들들에게 좋은 날만 펼쳐질 것이오.”

그들의 말은 달콤하고 부드러웠지만
마타티아스의 마음에는 차갑게 파고드는 칼날 같았다.
조상들이 흘린 눈물,
계약에 새겨진 믿음의 흔적이
그의 가슴을 천천히 흔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들고 단호히 대답했다.

오른쪽도, 왼쪽도
우리는 그 길로는 가지 않겠소.”

한 번의 고개 젓기가 어떤 시대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그의 목소리는 바람에 실려
광야로 날아가는 새처럼 맑고도,
어딘가 서늘한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제단 위에서 부정한 제물이 바쳐지려는 순간,
그의 가슴 속 오래 잠들어 있던 불씨가
번개처럼 깨어났다.

그것은 분노가 아니라,
사라져 가는 거룩함을 향한
마지막 울부짖음이었다.
 

마타티아스의 발걸음은
하늘이 바라볼 틈도 없이 제단으로 향했고,
그 순간 모데인의 하늘은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한 듯
짧고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결국 모든 것을 뒤에 남긴 채
아들들과 함께 산으로 올라갔다.
집도, 밭도, 평범한 저녁의 따뜻함도
연기처럼 스르르 뒤로 멀어졌다.

그러나 그 길은 도망의 길이 아니라,
영혼이 다시 깨어나는 길이었다.

 

예수님도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셨다.
돌 하나하나가 햇빛을 받아 찬란히 빛났지만,
그 도시의 마음은 이미 길을 잃고 있었다.

도시는 화려했지만 영혼은 텅 비어 있었고,
성벽은 높았지만 마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미래의 재앙을 바라보며 우신 것이 아니라,
평화가 바로 곁에 있는데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둠과 상처를 보며 우셨다.

네가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그 말씀은 꾸짖음이 아니라
애틋한 사랑으로부터 흘러나온
한 사람의 깊은 탄식이었다.

  

마카베오 시대 산길 위의 발걸음과
예루살렘 성벽 아래의 눈물은
시간도, 공간도 다른 듯하지만 한 줄기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너는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고 있는가?”

은과 금의 번쩍임에 마음이 흔들리는가,
아니면 잊혀져 가는 약속 하나를
여전히 품고 있는가.

돌은 무너질 수 있다.
도시는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진
작은 선택 하나는
세월이 지나도 우리를 다시 빛으로 이끈다.
 

오늘 하루, 내 안의 성전은 무사한지
살며시 들여다보고 싶다.
그 안에 깜빡이는 작은 등불 하나라도
아직 꺼지지 않았다면, 그것이면 충분하다.

하느님은 언제나 그 작은 불빛 하나만으로도
다시 우리를 찾아오시는 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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