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경 말씀] 고통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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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마카베오기 하 7장에 대한 묵상 수필입니다 ―
우리나라 여성들의 강인함은 올림픽을 비롯한 다양한 체육 경기에서 자주 드러난다.
때로는 남성들보다 더 큰 집중력과 끈기를 보여 주는 장면들이 많다.
하지만 그 강인함조차도 우리의 일상 속에서 묵묵히 가정을 지키는
어머니들의 삶의 힘에 비하면 참으로 겸손해진다.
자식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마음,
말없이 희생하면서도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감싸 주는 사랑—
이런 어머니의 마음은 시대가 달라져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오늘 마카베오기 하권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일곱 아들이 같은 날 차례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그의 믿음은 단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 마음의 깊은 곳에는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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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상상조차 어려운 잔혹한 순간들을 기록한다.
일곱 아들과 그들의 어머니 이야기도 그러하다.
폭군 안티오코스는 율법을 버리고 돼지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하며
그들의 신앙을 꺾으려 했다.
그러나 누구도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피맺힌 고통보다 더 강력한 무언가가 존재한다.
바로 하느님께 향한 희망이다.
가장 가슴을 울리는 장면은 역시 어머니의 모습이다.
아들들이 하나둘씩 쓰러져 가는 그때,
그는 절망에 무너지지 않는다.
어찌하여 이토록 강인할 수 있었을까.
그는 조상들의 언어로 아들들을 다독이며 말한다.
“너희 목숨을 준 이는 내가 아니다.
그분께서 자비로이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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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잃는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셨던 성모님께서
십자가 아래에서 보여 주셨던 그 침묵의 고통—
그보다 더한 상황 앞에서도 이 어머니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육신의 ‘어머니’가 아니라
영혼의 스승이었다.
여리게 보이는 몸 한가운데에는
하느님을 향한 강철 같은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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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은 마지막으로 남은 막내에게
부귀영화와 권력을 약속하며 유혹한다.
조상들의 법을 버리기만 하면 모든 것을 주겠다며 회유하지만,
젊은이는 단호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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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임금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소.
우리 조상들의 법만 따를 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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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신앙을 배운 그는
육신의 목숨보다 더 귀한 영혼의 생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는 어렸지만, 그의 눈은 이미 이 세상을 넘어
창조주께서 주시는 새로운 생명을 향해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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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에게 순교를 요구하는 시대도 아니고
돼지고기를 먹으라는 강요도 없다.
그러나 유혹의 이름은 달라졌을 뿐
그 유혹의 본질은 여전히 우리 주변을 떠돈다.
편안함을 위해 양심을 조금씩 내려놓고 싶은 마음,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중심을 잃곤 하는 순간들,
잠깐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유혹들….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일곱 형제의 용기와 어머니의 믿음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신앙은 거창한 외침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 속에서 지켜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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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마지막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늘과 땅을 바라보아라.
이미 있는 것에서 만드신 것이 아님을 깨달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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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말 속에 모든 진리가 담겨 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고
그분께서는 원하신다면 또다시 생명을 주실 수 있다는 확신.
죽음 앞에서도 희망이 뿌리내릴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창조주의 자비를 믿기 때문이다.
이 어머니와 아들들의 용기는 기적 같은 이야기라기보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참된 평화의 증거다.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고난이 그들만큼 처절하지 않을지라도
작은 선택 하나가 하느님께 향한 마음인지 돌아보게 한다.
신앙의 길은 두려움을 넘어
희망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 희망은 우리 삶의 어둠 속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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