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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경 말씀] 믿음을 지키는 마음

제임스
2025-11-17 07:58 3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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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독서 부분인 마카베오기 상권의 이 대목을 읽다 보면,
먼 나라의 옛 이야기처럼 느껴지면서도
어딘가 우리 삶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가 왕위에 올랐을 때,
이스라엘 사람들은 강한 외세의 압박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어려움은 바깥에서만 온 것이 아니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먼저 변절자들이 생겨
“이웃 민족들과 손을 잡자.
괜히 고집 부리다가 얻은 것은 재난뿐이지 않느냐.” 하고 말할 때,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씩 그쪽으로 기울어 갔다.
그 마음의 기울어짐은
큰 외침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불편함을 피하고 싶은 작은 바람,
조금 더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
눈에 띄지 않게 섞여 살아가고 싶은 욕심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모여 신앙을 뒤로 밀어 놓게 만든다.

예루살렘에 이민족들의 경기장이 들어서고,
할례의 흔적이 지워지고,
오래 지켜온 계약이 슬그머니 잊혀졌을 때,
겉보기에는 더 부드럽고 편안한 길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편안함은 결국 마음 깊은 곳을 조금씩 무디게 만들었다.
왕의 칙령이 내려지고 모두 같은 풍습을 따르라는 명령이 퍼졌을 때,
많은 이들은 자연스레 그 길을 택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가장 덜 위험하고
가장 실속 있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끝까지 마음을 굳게 지킨 사람들이 있었다.
“부정한 것을 먹느니 차라리 죽겠습니다.”
“계약을 더럽히느니 목숨을 내려놓겠습니다.”
그들의 선택은 요란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을
침묵 속에서 끝까지 붙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실제로 목숨을 잃어 갔다.
마치 순교자들이 배교의 요청을 받고 묵묵히 목숨을 던진 것처럼 말이다.

오늘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는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신앙을 버리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의 마음을 조금씩 흐리게 만드는 유혹의 순간들은 언제든 온다.
바쁜 일상 속에서 기도를 뒤로 밀려도 괜챦다고 생각할 때,
조금만 눈감으면 더 편해지는 상황 앞에서
양심이 조용히 눌릴 때,
혹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속의 중심을 흐릿하게 만들 때가 그렇다.
이럴 때, 마카베오기 상권의 작은 무리들이 보여 준 마음은
지금 우리에게도 잔잔한 울림이 된다.
소리 높여 무언가를 외치지 않더라도,
혼자 조용히 자신의 길을 지켜 나가도,
하느님은 그 마음을 아신다는 것.
그리고 그런 마음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바로 세우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방향이 되는 빛이 된다는 것이다.
신앙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작고 평범한 선택 속에서 지켜지는 것임을.

오늘 다시 깨닫게 된다.
그들의 결단이 우리 안에도 작은 불빛처럼 남아
하루를 살아가는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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