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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경 말씀] 인내로 얻는 생명

제임스
2025-11-16 07:39 3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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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복음(21,5-19)에 대한 묵상 수필입니다

 

성전 앞에 서서 반짝이던 돌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빛에는 감탄이 있었다.
빛을 머금은 돌들은 마치 하늘의 은총을 지상에 옮겨온 듯 찬란해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의 찬란함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바람 한 줄기에도 흔들리고,
손에 쥔 듯 보이지만 금세 흩어져 버리는 안개와 같은 것들 말이다.

누군가는 성공을 향해 달려가다 끝내 허망함 앞에 멈춘다.
췌장암으로 쇠약해져 가던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모습은
우리가 붙잡으려 애쓰는 재물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보여준다.
세상이 부러워하던 그의 자산도, 명성도,
죽음 앞에서는 바람처럼 사라질 뿐이었다.
만일 그가 그 막대한 재산을 완전히 비우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따스한 손길로 마지막을 채웠더라면
그 초췌한 얼굴마저 은빛처럼 고요히 빛났을지도 모른다.
삶의 아름다움은 가진 것의 양에서 오지 않고,
마음을 어디에 두었는지에서 온다는 사실을
그는 마지막 순간 우리 모두에게 조용히 일깨워 준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세상의 화려함을 향해 말씀하셨다.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무너질 것이다.”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성전도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듯,
우리가 자랑하던 성취와 안정도 결국은 스러지는 것들이다.
그 말씀 앞에서 우리는 문득 멈춰 선다.
나는 지금 무엇을 성전 삼아 살아가고 있는가?’
눈부신 돌보다 더 견고한 성전은,
하느님께 마음을 둔 이의 내면에 조용히 세워진다는 사실을
세월은 점점 더 깊고 단호하게 가르쳐 준다.

그러나 삶은 늘 평온하지만은 않다.
전쟁과 경제의 소용돌이, 예기치 않은 병고,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조차 생기는 작은 균열들.
이 모든 흔들림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예수님은 말한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무서워하지 마라.”
세상에 퍼지는 소문보다 더 깊은 곳에서,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고요한 목소리로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폭풍이 몰아칠 때 더욱 선명해지는 나무의 뿌리처럼,

혼란은 우리의 믿음을 더 깊은 자리로 이끌기 위한 초대일지도 모른다.

더 어려운 순간도 있다.
사람들과 멀어지고, 심지어 가까운 이들조차 등을 돌리는 순간.
오해가 쌓이고, 말이 상처가 되어 돌아오며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이 우리를 삼키려고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자리가 바로 증언의 자리” 라고 하신다.
분노로 맞서지 않고, 미움 속에서 사랑을 잃지 않는 삶.
그 침묵과 선행이야말로
세상의 어떤 말보다 더 강한 복음이 된다.
주님께서는 그 순간 우리 안에 반짝이는 지혜를 부어 주신다.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의 입술에서 흘러나오게 하신다.
우리는 그저 흔들리지 않고 서 있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은 조용히 말씀하신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인내란 시간이 아니라 태도이며,
고난을 참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계속 선택하는 용기다.
세상이 무너져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
죽음 앞에서도 자신을 내어놓을 수 있는 평화,
그 모든 것은 인내라는 이름 아래 천천히 자라난다.
그리고 그 인내는 결국 우리를 하느님의 품으로 데려간다.

주님께서는
너희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이 약속을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새겨 주셨다.
그 약속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흔들리는 세상 한가운데서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그러나 굳건한 믿음으로 삶을 걸어갈 수 있다.

인내로써, 우리는 마침내 생명을 얻는다.
그리고 그 생명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영원한 성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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