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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경 말씀] 끊임없이 기도한다는 것

제임스
2025-11-15 07:33 3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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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카 18,1-8 묵상 수필입니다

 

얼마 전 건강 관련 특강을 마치고 관계자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 건물을 나서려는데,
복도 한쪽에 할머니 한 분이 조용히 서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다가오시더니 치아가 거의 없어 약을 먹을 때 늘 두유에 타서 삼킨다며,
약과 두유를 함께 먹어도 괜찮은지 물어보셨다.

간단히 설명을 드리고 한 걸음 나섰는데, 할머니는 다시 따라오시며 또 다른 질문을 건네셨다.
잠깐이면 끝날 줄 알았던 대화는 길어졌고, 솔직히 조금은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분의 눈빛에는 살아내기 위한 절박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치아가 없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경제적 여유도 없어 영양을 채우기 어려운 삶.
그 속에서 어떻게든 하루를 버텨내려는 마음이 그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절절하게 느껴졌다.

할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오히려 삶을 향한 강한 애착을 느꼈다.
사람이 살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면 같은 질문도 여러 번 되풀이하고,
해답을 찾을 때까지 같은 문을 다시 두드리게 마련이다.
마치 문턱이 닳도록 오가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절박한 생의 의지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삶을 살다 보면 마음이 쉽게 지치는 순간을 맞는다.
열심히 노력해도 길이 보이지 않고, 아무리 기도해도 침묵만 돌아오는 듯한 날들.
그럴 때면 기도는 어느새 숨이 가빠져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지곤 한다.

예수님은 바로 그런 우리를 위해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말씀과 함께
한 과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남편 없이 홀로 살아가야 했던 과부의 처지는 그 시대에 가장 연약한 삶이었다.
도와줄 사람도, 기대 설 곳도 없었고, 그녀가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끈은 부당함을 바로잡아 줄 재판관뿐이었다.

하지만 그 재판관은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였다.
과부의 호소는 그의 귀에 마치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소리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과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낙심할 이유가 수없이 많았지만 그녀는 문턱이 닳도록 재판관을 찾아갔다.
그 고집과 끈기는 삶의 마지막 불씨를 지키려는 인간의 절박한 몸부림이었다.

결국 재판관은 이렇게 말한다.
저 과부가 나를 이토록 귀찮게 하니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어야겠다.”

끈질긴 외침이 닫혀 있던 재판관의 마음을 열어 버린 것이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통해 거룩한 침묵 속에서 응답을 준비하시는 하느님을 오해하지 말라고 하신다.

인간의 마음도 움직이는 끈기가 하느님께는 더욱 깊은 응답을 불러온다는 뜻이다.

하느님께서 밤낮으로 부르짖는 이들에게 어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시겠느냐?”

그러나 이 말씀의 마지막은 우리 마음을 뜨겁게도, 아프게도 만든다.

사람의 아들이 올 때,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기도의 핵심은 끈기보다 믿음이다.
하느님께서 응답하시기 때문에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응답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그분이 늘 우리 곁에 계신다는 신뢰 때문에 기도하는 것이다.

뜻이 이루어지기까지 시간이 길어지면 믿음은 종종 희미해진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손을 놓지 않는 사람에게
하느님은 어느 순간 조용히 길을 열어 주신다.

기도는 하늘을 움직이는 도구가 아니라,
먼저 내 안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과부가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듯
믿는 사람은 끝까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낙심의 골짜기에서도
주님, 저는 여기 있습니다.라고 속삭이는 그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이 시대에서 찾기 어려워진 믿음이며,
예수님의 탄식 속에 담긴 희망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나의 기도는 얼마나 흔들리고 있었는가.
그리고 나는 지금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 응답하고 계신 그분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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