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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경 말씀] 성전이 된 사람

제임스
2025-11-09 21:13 3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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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린 3,16 / 요한 2,21 묵상 수필입니다 

 

성전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로마의 베드로 성당과 같은 웅장한 건물을 떠올리곤 한다.

하얀 돌로 쌓아 올린 성벽, 제단의 향기, 교황님의 기도소리, 은은히 울려 퍼지는 그레고리안 성가.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먼 길을 걸어 그곳을 찾는다.

예수님 당시에도 예루살렘의 웅장한 성전 안에는 인간의 정성과 신앙의 중심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성전을 말씀하신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예루살렘 성전 앞에서 예수님이 하신 이 말씀에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사십여 년에 걸쳐 세운 성전을 사흘 만에 세운다니,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요한 복음은 분명히 덧붙인다.

예수님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요한 2,21)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거처가 이제 더 이상 돌로 된 건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 곧 예수 그리스도의 몸 안에 있음을 선언하신 것이다.

그분 안에서 하느님은 우리 가운데 머무시며,

그분의 부활을 통해 성전의 자리를 새롭게 옮기셨다.
 

이 말씀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든다.

하느님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사람의 몸 안에, 사랑의 자리 안에 거하시는 분.

우리의 손이 떨릴 때, 눈물이 맺힐 때, 그 안에도 하느님이 계신다는 사실이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고백한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십니다.”(1코린 3,16)

이 말씀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존엄의 선언이다.
 

우리가 나누는 말 한마디, 함께하는 식사 한 끼,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 하나에도 하느님의 영이 깃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성전을 더럽히는 것은 무엇일까.

미움, 질투, 탐욕, 그리고 무관심이다.

하느님의 영이 머무는 자리를 세속의 욕심으로 가득 채울 때성전은 무너지고 만다.

바오로는 단호히 경고한다.

그 성전을 더럽히지 말라.”

성전을 더럽힌다는 것은 곧,

하느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우리 자신을 훼손하여 그분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이다.


나는 이 말씀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

과연 내 마음은 지금 성전다운가?

하느님의 영이 머무시기에는 너무 시끄럽고, 너무 어지럽지는 않은가?

성전은 본래 고요해야 한다.

기도의 숨결이 머물고, 용서의 바람이 흐르며,

감사의 노래가 은은히 울려 퍼지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내 안의 성전은 자주 시장통처럼 혼잡하다.

불안과 걱정이 장사꾼처럼 드나들고,

분노가 제단 옆에서 소리치며 자리를 차지한다.

그럴 때마다 예수님께서 성전의 상을 엎으시며 외치신 말씀이 들려온다.

이 집을 장사꾼의 소굴로 만들지 마라.”

그분은 내 마음 안에서도 똑같이 일하신다.

불필요한 욕심을 쫓아내시고, 깨끗한 사랑만 남게 하신다.

그분이 내 마음을 성전으로 다시 세워 주신다.


성전이란 결국 하느님이 계시는 자리다
.

성체로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심으로써 그 거룩한 자리가 이제 내 안으로 옮겨졌다.

그렇다면 신앙인은 곧 걸어 다니는 성전이다.

우리가 하는 말 한마디가 제사요, 봉사가 예배이며,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곧 향로에서 피어나는 향기다.

이제 성당에 나가는 일은 성전을 찾아가는 행위가 아니라,

성전이 또 다른 성전을 만나러 가는 일이다.

미사 중에 평화의 인사를 나누십시오라는 말이

이토록 깊은 의미로 다가온 적이 없다.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미소 하나가

하느님의 영이 머무는 성전과 성전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더 이상 돌벽 안에 갇혀 계시지 않는다.

그분은 사람의 몸과 마음 속에,

특히 사랑하고 용서하는 영혼 안에 머무르신다.

그러므로 성전은 멀리 있지 않다.

기도의 자리마다, 식탁 위의 감사마다,

이웃을 향한 따뜻한 눈빛 안에 있다.

오늘도 나는 그 하느님의 영이 머무르실 수 있는

고요한 성전 하나를 내 마음 안에 다시 세워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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