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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독서 말씀]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는

제임스
2026-04-14 22:38 1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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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문은 닫혀 있었지만, 말씀은 닫혀 있지 않았다
사람은 눈으로 확인되는 것에 안도한다. 문이 잠겨 있으면 안에 있는 것은 갇혀 있을 것이라 믿고, 경비가 서 있으면 질서는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앙은 때때로 이 ‘확인 가능한 질서’를 조용히 넘어선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사도들의 이야기가 바로 그러하다.
대사제와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사도들을 감옥에 가두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시기심이다. 진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보며, 그들은 불안해졌고, 그 불안을 권력으로 막아보려 했다. 그래서 문을 잠그고, 간수를 세우고, 질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놓친 것이 하나 있었다. 하느님의 일은 인간이 만든 구조 안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밤이 되자 주님의 천사가 감옥 문을 열었다. 그리고 사도들을 데리고 나와 말한다. “가거라. 성전에 서서 이 생명의 말씀을 모두 백성에게 전하여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탈출’이 아니라 ‘사명’이다. 감옥에서 나온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다시 성전으로 들어가 말씀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장면을 묵상하다 보면 한 가지 분명해진다. 신앙은 안전한 자리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용기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삶에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있다.
나는 어느 날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긴 시간을 앉아 있었던 적이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각자의 사연을 안고 온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어떤 이는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어떤 이는 초조하게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은 일종의 ‘감옥’처럼 느껴졌다. 병이라는 현실, 불안이라는 감정, 기다림이라는 시간에 갇혀 있는 공간이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이 간호사에게 밝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도 수고 많으십니다.” 그 한마디에 간호사의 표정이 풀어졌다. 잠시 후, 그 노인은 다른 환자에게도 말을 건넸다. “조금만 기다리면 괜찮아질 겁니다.”
그는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감옥을 넘어선 사람이기도 했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는 그 안에서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위로의 말, 희망의 말, 생명의 말이 그를 통해 흘러나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오늘의 사도들을 떠올렸다. 감옥에서 풀려난 사도들이 곧바로 성전으로 가서 가르쳤던 것처럼, 이 노인도 자신의 자리에서 ‘작은 성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사도들이 사라진 감옥을 보고 당황하는 대사제들의 모습은 어쩌면 오늘의 우리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획을 세우고, 규칙을 만들고, 질서를 유지하면 삶이 안전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인생은 때때로 그 문을 열어버린다. 우리가 붙잡고 있던 것들이 비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때 우리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당황하며 더 강한 문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열린 문 밖으로 나아갈 것인가.
신앙인은 후자를 선택하는 사람이다.
감옥 문이 열렸다는 것은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하나의 초대이다. “이제 나가서 살아라. 그리고 말하라.”
이 초대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자리에서, 우리가 서 있는 그곳에서, 우리는 이미 그 부름을 받고 있다.

식품을 연구하는 나의 삶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우리는 식품을 저장하고, 가공하고, 보존하기 위해 수많은 ‘닫힌 구조’를 만든다. 밀폐 용기, 냉장 시스템, 위생 관리 체계. 그러나 흥미롭게도, 가장 생명력 있는 변화는 종종 그 닫힌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발효가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조용히 일하며 전혀 새로운 생명의 맛을 만들어낸다.

신앙도 이와 닮아 있다. 겉으로는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하느님의 일은 계속된다.
그리고 때가 되면, 그 생명은 밖으로 드러난다. 막을 수 없는 향기처럼, 막을 수 없는 말씀처럼.
사도들은 다시 붙잡혀 왔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백성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리는 억압될 수 있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넓게 퍼진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말씀은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하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감옥 안인가, 아니면 성전 안인가?”
그러나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는, 지금 성전이 되고 있는가?”
신앙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다.
말씀을 전하는 순간, 그 자리는 이미 성전이 된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다.
연구실로, 부엌으로, 병원으로, 거리로. 그 모든 곳이 감옥이 될 수도 있고, 성전이 될 수도 있다.
문은 이미 열려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한 걸음 내딛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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