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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복음말씀] 보지 않고도 믿는다는 것

제임스
2026-04-13 21:43 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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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수님께서 나에게도 분명한 기적을 한 번 보여 주신다면,
나는 훨씬 더 굳센 믿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은 어쩌면 아주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 손으로 만져 보고 싶은 마음,
그래야 비로소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은 인간적인 바람이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면, 이미 우리는 수많은 작은 기적속에 살고 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사람들,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이어지는 이웃 간의 사랑,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의 신비와 질서,
그리고 조금의 어긋남도 없이 운행되는 이 세상의 조화로운 흐름까지.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설명하기 어려운 은총의 표징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기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더 눈에 띄고, 더 분명하고, 더 즉각적인 기적을 요구한다.
그 모습은 어쩌면 직접 보지 않고는 믿지 않겠다고 말하던 토마스와 닮아 있다.

문을 굳게 닫아 걸고 두려움 속에 숨어 있던 제자들 한가운데로
예수님께서 오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두려움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건네지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평화였다.
그리고 예수님은 당신의 상처를 보여 주신다.
고통의 흔적을 통해 당신이 누구신지를 드러내신다.

그 자리에 없었던 토마스는 끝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직접 보지 않고는 믿지 못하겠습니다.”

여드레 뒤, 예수님께서는 다시 오셔서 토마스에게 말씀하신다.
네 손을 대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그제야 토마스는 고백한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그러나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은 우리를 향하고 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 말씀은 단순히 믿음을 강요하는 말씀이 아니다.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표징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
참으로 행복하다는 뜻일 것이다.

신앙은 특별한 기적을 요구하는 데서 자라기보다,
이미 주어진 은총을 깨닫는 데서 깊어진다.

오늘도 우리는 기적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 곁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하느님의 일을
알아보는 눈을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눈이 열릴 때, 우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토마스처럼 뒤늦은 고백이 아니라,
삶 전체로 드러나는 고백을 하게 된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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