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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 말씀] 다시 태어나는 삶

제임스
2026-04-13 00:26 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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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습니다. 지나온 선택들에 대한 아쉬움, 관계 속에서의 상처, 혹은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쌓일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출발을 갈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현실의 삶은 그렇게 쉽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나이는 쌓이고, 기억은 남고, 삶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니코데모의 질문은 우리의 질문이 됩니다.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요한복음의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니코데모는 단순한 호기심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이미 완성된 삶을 살고 있던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밤이라는 시간에 예수 그리스도를 찾아옵니다. 이는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서 일어난 갈망—‘새로워지고 싶은 마음’의 표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이 말씀은 단순히 도덕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라는 요구가 아닙니다.
인간의 힘으로 조금 고쳐서 사는 수준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에서 새로워지는 변화, 곧 ‘다시 태어남’을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을 분명히 밝혀 주십니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여기서 우리는 가톨릭 신앙의 핵심을 만납니다.
세례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입니다.
물은 씻어냄을 의미하고, 성령은 생명을 부여하시는 하느님의 숨결입니다.
따라서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신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삶—죄와 자기중심성에 머물던 삶—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생명 안으로 들어가는 사건입니다.
그러나 이 ‘다시 태어남’은 세례 한 번으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살아내야 할 여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여전히 일상 속에서 넘어지고, 죄를 짓고,
하느님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신앙인의 삶은 끊임없는 ‘되돌아감’의 과정입니다.
죄로부터 벗어나 아버지께로 다시 돌아가는 삶, 그것이 바로 지속적인 ‘영적 재탄생’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복음의 또 다른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버지의 품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아들의 이야기처럼,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성령의 움직임은 우리가 계산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뜻밖의 사건을 통해, 혹은 한 사람의 말과 침묵 속에서 우리를 흔들어 깨우십니다. 그리고 그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 우리는 다시 태어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신앙인의 삶은 다음과 같은 자세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첫째, 다시 태어남을 갈망하는 겸손한 마음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변화할 수 없습니다. 
니코데모처럼 밤이라도 찾아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둘째, 세례의 의미를 삶으로 살아내는 태도
세례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정체성입니다. 우리는 이미 새로 태어난 존재로서 살아가야 합니다.
셋째, 죄에서 돌아오는 용기
넘어지지 않는 삶이 아니라, 돌아오는 삶이 신앙입니다. 
하느님께로 향하는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넷째, 성령의 바람에 자신을 맡기는 신뢰
내가 계획한 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길에 자신을 열어 두는 삶, 
그것이 영에서 태어난 사람의 모습입니다.
결국 ‘다시 태어남’이란,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처음부터 바라셨던 참된 나로 돌아가는 과정입니다.
세례는 그 시작이며,
회개와 돌아옴은 그 지속이며,
성령은 그 여정을 이끄는 숨결입니다.
이 길 위에 서 있는 우리 모두는,
이미 한 번 태어났고,
지금도 다시 태어나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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