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독서 말씀] 누구의 이름으로 그렇게 살아갑니까
본문
비 오는 어느 날,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작고 사소한 선택 앞에 서게 됩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순간 누군가를 위해 버튼을 눌러 줄 것인가,
바쁜 길 위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를 외면하지 않을 것인가,
혹은 진실을 말해야 할 순간에 침묵으로 자신을 지킬 것인가.
이러한 선택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작아 보이지만, 우리의 삶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드러냅니다.
신앙인에게 삶이란 단순히 교회 안에서의 경건한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평범한 하루의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누구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드러내게 됩니다.
사도행전의 이 장면은 바로 그러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병자를 고쳐 준 사도들은 칭찬이 아니라 심문을 받습니다. “무슨 힘으로, 누구의 이름으로 그런 일을 하였느냐?”라는 물음은 단순한 조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곧 “너희 삶의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사도 베드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합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나 공로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 십자가에 못 박히셨지만 하느님께서 다시 일으키신 그분의 이름을 선포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신앙인의 삶의 자세를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첫째, 신앙인은 ‘드러내는 삶’이 아니라 ‘증언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선행을 하면서도 은근히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통해 드러나야 할 분,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합니다.
참된 신앙은 “내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무엇을 이루셨는가”를 말하는 데 있습니다.
둘째, 신앙인은 두려움보다 진리를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사도들은 이미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 상태였습니다.
그들의 앞에는 당시 가장 권력 있는 종교 지도자들이 서 있었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침묵하거나 적당히 둘러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성령으로 가득 차 담대하게 진리를 선포합니다.
신앙인의 용기는 무모함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신뢰에서 나오는 평화로운 담대함입니다.
셋째, 신앙인은 ‘배제된 돌’의 의미를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버림받은 돌이지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이라고 고백합니다.
세상은 여전히 성공과 힘, 인정받음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합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때로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며, 심지어 배척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 것을 통해 가장 중요한 일을 이루신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넷째, 신앙인은 ‘이름을 붙드는 사람’입니다.
“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라는 고백은 배타적 선언이 아니라,
궁극적인 의탁의 표현입니다.
우리의 삶이 흔들릴 때, 우리가 붙들어야 할 이름은 많지 않습니다.
재물, 명예, 인간관계는 때로 우리를 지탱해 주지만, 끝까지 우리를 구원하지는 못합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만이 삶의 근원적인 의미와 방향을 밝혀 줍니다.
이 말씀을 오늘 우리의 삶으로 다시 가져와 보면,
신앙인의 길은 거창한 기적을 행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매일의 자리에서, 작고 보잘것없는 선택 속에서,
누구의 이름으로 살아가는지를 분명히 하는 데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때,
정직을 선택할 때,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옳은 길을 걸을 때,
그 모든 순간은 조용한 증언이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역시 질문을 받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무슨 힘으로, 누구의 이름으로 그렇게 살아갑니까?”
그때 우리는 베드로처럼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힘이 아니라, 내 지혜가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살아왔노라고.
그 고백이야말로, 신앙인의 삶이 완성되는 자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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