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독서 말씀]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 하신 일이다
본문
얼마 전, 길을 걷다가 작은 장면 하나를 보았다.
횡단보도 앞에서 한 노인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리가 불편해 보였다.
그때 옆에 서 있던 젊은이가 자연스럽게 팔을 내어 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천천히 길을 건넜다.
길을 다 건넌 뒤 노인은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젊은이는 웃으며 “별거 아닙니다.” 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멈춰 서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된 그 행동이,
정작 그 당사자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오늘 사도행전의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바로 그 장면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치유된 이를 보고 놀라 달려옵니다.
그리고 베드로와 요한을 바라봅니다.
“이 사람들이 이런 일을 했구나.”
그때 베드로는 단호하게 말한다.
“왜 우리를 유심히 바라봅니까?
우리의 힘이나 신심으로 이 사람이 걷게 된 것이 아닙니다.”
이 말씀은 신앙인에게 매우 중요한 태도를 가르쳐 줍니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좋은 일”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돕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때 우리의 마음은 두 갈래로 갈립니다.
하나는 “내가 잘했구나” 하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이것은 내가 아니라,
나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라는 마음입니다.
베드로는 분명히 말합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이름 때문입니다.”
신앙인의 삶은 바로 이 고백에서 갈라집니다.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인가,
아니면 하느님이 중심이 되는 삶인가.
또 하나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 있다.
베드로는 군중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은 그분을 배척하였습니다.”
이 말은 과거의 잘못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러나 그 다음 말씀이 더 중요하다.
“여러분이 무지해서 그렇게 한 줄 압니다.
그러므로 회개하고 돌아오십시오.”
여기에는 신앙의 본질이 담겨 있다.
신앙은 죄를 드러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다시 돌아오도록 초대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우리의 삶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다.
말 한마디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때 우리는 두 가지 반응을 보이는데,
하나는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을 닫아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신앙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신앙은 이렇게 말한다. “돌아와라. 그리고 다시 시작하라.”
그래서 이 말씀을 통해 가톨릭 신자로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첫째, 모든 좋은 것은 나에게서가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온다는 사실.
둘째, 우리는 언제든지 잘못할 수 있지만,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
셋째, 신앙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돌아가는 여정’이라는 사실.
처음에 보았던 그 장면이 다시 떠오릅니다.
노인의 손을 잡아 주던 그 젊은이.
그는 아마도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누군가에게는
하느님의 손길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신앙인의 삶이란 바로 그런 삶이다.
드러나지 않아도, 크지 않아 보여도,
누군가의 삶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스며들게 하는 삶.
그래서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조용히 말합니다.
너 자신을 드러내지 말고,
너를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을 기억하라.
그리고 혹시 길을 잘못 들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돌아오라.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심판하기보다
다시 일으켜 세우시기 위해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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