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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복음 말씀] 무너진 기대 속에 고백

제임스
2026-04-07 21:43 10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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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마음이 식어 버린 날들이 있습니다.
분명히 한때는 뜨겁게 믿었고, 분명히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듯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바로 그런 상태였다고 여겨집니다.
희망이 시작되었던 예루살렘 자리였지만,
이제는 실망과 상처가 남은 자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이 고백은 믿음의 고백이 아니라,
무너진 기대의 고백입니다.

신앙을 가진 사람에서도 이런 순간이 있습니다.
기도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믿었지만 기대와 다른 결과를 만났을 때,
우리는 조용히 발걸음을 돌립니다.

겉으로는 일상을 살아가지만,
마음은 이미 예루살렘을 떠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바로 그 길 위에서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가오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걸으면서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왜였을까요.

눈이 가리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눈을 가린 것은 단순한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실망과 슬픔, 그리고 무너진 기대였습니다.

우리는 종종 하느님을 보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하느님이 계시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 마음이 다른 것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곧바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십니다.
대신 그들과 함께 걸으시며 말씀을 풀어 주십니다.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서 영광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이 말씀은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말씀입니다.

그들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묻고 있었지만,
예수님은 이 모든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알려 주십니다.

신앙은 사건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이해하게 해 주는 빛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은
길 위가 아니라 식탁에서 이루어집니다.

예수님께서 빵을 들어 쪼개어 나누어 주실 때,
그들의 눈이 열립니다.

그들의 눈이 열려 그분을 알아보았다.”

이 장면은 매우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알아보는 순간은
논리의 순간이 아니라나눔과 관계의 순간입니다.

그래서 신앙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삶 속에서 체험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서로 말합니다.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이 고백은 참 아름답습니다.

예수님을 알아보기 전부터 이미 그들의 마음은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

하느님은 우리가 깨닫기 전부터 이미 우리 안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돌아갑니다.
엠마오가 아니라 예루살렘으로.

이것이 신앙의 열매입니다.

실망하여 떠났던 자리가 다시 돌아가야 할 자리로 바뀝니다.

도망치던 길이 다시 사명의 길로 바뀝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가.
엠마오로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예루살렘을 향해 돌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또 하나를 알려 줍니다.

우리가 알아보지 못할 때에도 예수님은 이미
우리와 함께 길을 걷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의 삶은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함께 계심을 믿고,
깨닫지 못해도 동행하심을 신뢰하며,
마침내 눈이 열릴 그 순간까지 그분과 함께 걸어가는 삶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도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그분이 우리와 함께 계셨구나.”

댓글목록2

토마스아퀴나스님의 댓글

토마스아퀴나스
2026-04-07 21:59
지금 제 모습이 어디쯤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임스님의 댓글의 댓글

제임스
2026-04-08 23:37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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