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독서 말씀] 마음이 씻겨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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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살다 보면 마음 한켠에 오래 남아 있는 찜찜함이 있다.
말 한마디 잘못한 것,
지나쳐 버린 순간, 돌이킬 수 없다고 여겼던 어떤 선택.
그것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속에서는 계속 남아 조용히 나 자신을 무겁게 만든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다가가 “미안합니다”라는 한마디를 건넸더니,
뜻밖에도 상대가 그 말을 받아들이며 조용히 웃어 줄 때,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풀린다.
무겁게 내려앉아 있던 것이 스르르 씻겨 내려가듯 사라져 버린다.
오늘의 사도행전 말씀은 바로 그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베드로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마음이 꿰찔리듯 아파했다”고 한다.
그 아픔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자신을 직면하고 있는 순간의 고통이다.
“우리가 잘못했구나.”
“우리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구나.”
그 깨달음 앞에서
그들은 묻는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질문으로부터 신앙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옳다고 여길 때는 아무것도 묻지 않지만.
마음이 열리고 자신을 돌아보게 될 때는 비로소 질문이 생긴다.
베드로는 단순하게 말한다.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세례를 받아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이 말은 무겁고 두려운 명령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은 하나의 초대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초대다.
그날 사람들은 그 초대를 즐거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세례를 받았다. 삼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새로운 삶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 장면은 마치 거대한 화해의 순간처럼 느껴진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끊어졌던 자리에서 다시 이어지는 순간.
생각해 보면 우리의 신앙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완벽해서 신앙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용서를 경험했기 때문에 신앙인이 된다.
용서받았다는 사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것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그래서 회개는 슬픔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 끝에는 언제나 기쁨이 있다.
마치 마음이 씻겨진 것처럼,
새로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처럼,
가볍게 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돌아보면 우리에게도 이미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누군가와 화해하고 돌아서는 순간,
스스로를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던 그날.
그 모든 순간이 이미 ‘오늘의 사도행전’이었다.
“이 약속은 모든 이에게 해당됩니다.”
이 말씀은 지금의 우리를 향한 말이기도 하다.
과거가 어떠하든,
지금 어떤 상태에 있든,
누구에게나 다시 시작할 길이 열려 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스스로 조용히 묻는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리고 그 질문 속에서 이미 한 걸음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용서받는 기쁨,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기쁨.
그것이야말로 신앙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뜻깊은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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