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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독서 말씀] 물가에 심어진 나무처럼

제임스
2026-03-04 21:25 1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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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 예언자는 인간의 삶을 두 가지 모습으로 설명합니다.
하나는 사막의 덤불이고, 다른 하나는 물가에 심긴 나무입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는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다.”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저는 제 삶의 몇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연구실에서 밤늦게까지 실험을 반복하던 시간들,
결과가 나오지 않아 마음이 메마르던 순간들,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길을 찾던 날들입니다.
연구자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는 차분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많은 기다림과 실패가 있습니다.
실험이 예상대로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오랜 시간 쌓아 온 가설이 한순간에 무너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은 쉽게 다른 것에 의지하고 싶어집니다.
성과, 인정, 결과, 평가…
그것들이 마치 삶의 뿌리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삶을 지탱하는 힘은 성취가 아니라 뿌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유학 시절, 낯선 땅에서 지내며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았습니다.
언어와 문화, 학문의 무게 속에서 중심을 잃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금요일 저녁이면 몇 가정이 모여 복음을 나누었습니다.
화려한 모임이 아니었습니다.
성경을 읽고, 서로의 삶을 나누고,
마지막에는 누룽지를 튀겨 나누어 먹던 소박한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저에게 마치 시냇물과 같았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숨을 쉬고,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모임이 바로
예레미야가 말한 “물가”였던 것 같습니다.
삶의 무더위가 닥쳐와도
잎이 마르지 않는 나무처럼,
신앙은 우리의 뿌리를 깊게 만들어 줍니다.
예레미야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만물보다 더 교활하다.”
우리는 쉽게 착각합니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은 다른 것에 의지하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로서,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저는 자주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
성과인가,
명예인가,
아니면 하느님인가.
물가에 심긴 나무는 항상 푸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뿌리가 보이지 않는 생명의 물에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삶의 문제를 없애 주는 마술이 아니라,
문제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뿌리를 주는 은총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조용히 말씀 앞에 서 봅니다.
그리고 제 마음의 뿌리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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