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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서 말씀] “저희가 죄를 지었습니다”

제임스
2026-03-02 19:42 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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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죄를 지었습니다”
다니엘의 기도에서 가장 마음을 붙드는 말은 이것입니다.“저희는 죄를 지었습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포로지에서도 신앙을 지켰고, 우상에게 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민족의 실패를 “저들”이 아니라 “저희”의 죄로 고백합니다. 바로 그 점이 우리를 멈추게 합니다.
이 말씀 앞에서 저는 제 삶의 몇 장면을 떠올립니다.
학회를 맡아 공동체를 이끌던 시절,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저는 이렇게 생각하곤 했습니다.

누군가의 실수다.”
“절차가 부족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문제의 원인을 바깥에서 찾는 일이 더 쉬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공동체의 방향은 결국 리더의 책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가만히 침묵한 것,
미리 살피지 못한 것,
더 듣지 못한 것 역시 책임의 일부라는 것을 말입니다.
다니엘은 말합니다.
“임금들과 고관들과 조상들과 나라의 모든 백성이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공동체의 위기는 한 사람의 악의에서 시작되기보다 여러 사람의 작은 무관심이 쌓여 만들어집니다.
듣지 않음이 반복되고, 편리함이 기준이 되며, 결단을 미루는 습관이 구조가 됩니다.
저 역시 학회나 동문회, 사목회 안에서 갈등을 조정해야 할 자리에 설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느꼈습니다.
문제는 ‘누가 옳은가’보다
‘누가 먼저 책임을 끌어안을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을.
한 번은 사소해 보이던 오해가 공동체 안에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누구도 먼저 말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조심했지만, 아무도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다니엘의 고백이 떠올랐습니다.
저희는 주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
공동체의 침묵도 하나의 거역일 수 있습니다.
책임을 미루는 태도도 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날 회의 자리에서 저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먼저 사과했습니다.
“제가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공기를 바꾸었습니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였고, 누군가는 입을 열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공동체의 회개는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책임의 방향 전환이라는 것을.
다니엘은 절망 속에서도 자비를 기억합니다.
주 저희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시고 용서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공동체 책임을 고백하는 일은 자책이 아니라
회복을 향한 선택입니다.
신앙 공동체뿐 아니라 사회 속에서도
우리는 공동의 책임을 배워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믿지 않는다면 아무도 “저희가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학문 공동체도, 교회도, 동문회도 늘 불완전합니다.
그러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지 않고
함께 끌어안을 때 자비는 구조가 됩니다.
다니엘의 기도는 패배한 민족의 탄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려는 공동체의 선언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개인의 의로움보다 공동체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려 합니다.
문제 앞에서 “저희가 부족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신앙의 한 모습임을 배워 가고 있습니다.
부끄러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의 자리입니다.
“저희가 죄를 지었습니다.”
이 고백이 있을 때, 하느님의 자비는 다시 공동체를 세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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