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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 말씀] 산 위의 빛을 기억하며

제임스
2026-03-01 07:34 4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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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예수님께서 세 제자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다.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이 장면을 묵상할 때마다 제 삶의 몇 순간이 떠오릅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문득 “아, 이 길이 맞구나” 하고
확신이 스며들던 순간들입니다.
유학 시절, 세 가족이 모여 성경을 읽고 복음을 나누던 때가 있었습니다.
누룽지를 튀겨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삶을 격려하고
위로하던 소박한 자리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마을의 신자들이 찾아와
우리도 이런 모임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던 날,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 이것이 복음이 전파되는 빛이구나.
화려한 강론이 아니라, 나눔의 식탁 위에서
빛이 번져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젊은 시절, 주일학교에서 봉사하며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교회의 미래를 보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의 설렘과 책임감은 아직도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 순간들은 산 위의 빛과도 같았습니다.
잠시 모든 것이 또렷해지고,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분명해지는 시간.

베드로는 말합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공동체가 한마음으로 움직이던 때, 신앙이 뜨겁게 느껴지던
그 자리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산 위에 초막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빛나는 구름 속에서 들려온 음성은 말합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빛을 바라보는 데 머물지 말고, 그 말씀을 따라 걸으라는 초대였습니다.

제 삶에도 산에서 내려와야 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연구의 영광보다 행정의 책임이 앞설 때,
성과보다 사람을 먼저 세워야 할 때,
박수보다 오해와 침묵을 감당해야 할 때.
산 아래에는 언제나 십자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변모 사건은 영광의 약속이면서
동시에 십자가를 향한 준비였습니다.

빛은 고통을 없애기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하기 위해 주어졌습니다.
돌아보면 산 위의 체험들은 늘 내려옴을 준비시키는 은총이었습니다.
학문의 성취는 더 큰 책임을 요구했고,
공동체의 기쁨은 더 깊은 섬김을 불러왔습니다.
제자들이 눈을 들어 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세도, 엘리야도 사라지고 오직 예수님만 남았습니다.

삶의 여러 스승과 만남과 성취가 지나간 뒤,
결국 남는 것은 그분의 말씀뿐이라는 뜻처럼 느껴집니다.

“일어나라. 두려워하지 마라.”

이 말씀은 산 위에서도, 산 아래에서도 제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신앙은 빛나는 체험을 붙드는 일이 아니라,
그 빛을 기억하며 일상의 길을 걷는 일입니다.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마다 저는 그 산 위의 빛을 떠올립니다.

빛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미 제 안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산 아래의 길 위에서,
십자가를 향한 걸음 속에서,
이미 비추어 주셨던 그 빛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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