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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 말씀] 제단보다 먼저 화해

제임스
2026-02-27 06:29 4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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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다가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먼저 가서 화해하여라.”

이 말씀은 늘 마음을 멈추게 합니다.

우리는 기도를 정성스럽게 준비합니다. 

미사를 빠지지 않고 봉헌하며, 신앙의 의무를 충실히 지키려 애씁니다. 

그러나 정작 가까운 사람과의 작은 단절은 쉽게 미루곤 합니다.


한 번은 오래 알고 지내던 동문과 서운한 일이 있었습니다.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말 한마디였지만,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상대는 아무 뜻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그 말을 되새기며 혼자 판단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인사를 나누었지만, 

속으로는 이미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마음은 한 발 물러나 있었습니다. 

관계는 겉으로 유지되었지만, 안에서는 조금씩 식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사 중 복음 말씀이 바로 이 구절이었습니다.
“먼저 가서 화해하여라.”

제단 앞에 서 있는 제 모습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는 정성스럽게 준비하면서,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는 스스로 정당화하며 미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물은 손에 들고 있었지만, 마음은 아직 풀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며칠을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과할 일도, 따질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혹시 내가 오해했을 수도 있다”는 말 한마디였습니다. 

놀랍게도 상대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했습니다. 

“나도 혹시 마음 상했을까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대화는 길지 않았지만, 마음은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관계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화해는 상대를 설득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마음의 감옥에서 나오는 일이라는 것을.

예수님은 살인을 금지하시면서 분노를 먼저 다루셨습니다. 

행동 이전에 마음을 보셨습니다. 

저는 살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이미 관계를 끊고 있었습니다. 

복음은 극단적인 범죄보다 일상의 단절을 더 예민하게 다룹니다.


제단보다 먼저 관계, 

기도보다 먼저 화해.
작은 오해는 풀면 사라지지만, 쌓이면 구조가 됩니다. 

마음의 담이 높아질수록, 하느님과의 대화도 점점 멀어집니다.

신앙은 완벽해지는 길이 아니라, 

관계를 다시 잇는 연습을 멈추지 않는 길입니다. 

제단 앞에서 멈추었던 그날 이후, 

저는 기도하기 전에 먼저 마음을 살펴보려 합니다. 

혹시 아직 화해하지 못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지.


하늘 나라의 의로움은 엄격함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먼저 다가가는 용기, 

먼저 말 거는 용기, 

먼저 낮아지는 용기입니다. 

그 작은 용기에서 하늘 나라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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