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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창 야고보 신부님 영결미사] 다시 명동으로 돌아오신 길

제임스
2026-02-25 16:26 59 0
  • - 첨부파일 : 1-13.jpg (318.8K) -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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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미사는 수십 명의 신부님들과 수백 명의 수녀님들로 명동성당의 반 이상이 가득 메워졌다.
일찍 나섰지만 맨 뒷자리에 간신히 앉을 수 있었다.
이문동 주일학교 교사 출신이 11명이나 모였다.
50년 전, 불과 11개월 재임하셨던 사제였는데도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였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이미 30여 년 전 여러 본당에서 주임을 지내신 뒤였고, 마지막 근무지도 오래전 일이었지만,
많은 신자들이 영결미사에 참여해 애통해하며 그분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그것은 단지 한 사제를 떠나보내는 장례가 아니라
, 한 시대를 함께 기억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명동성당 특유의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마지막 길을 동행하기에 참으로 어울렸다.
성가대의 그레고리안 성가는 장엄하면서도 담담하게 영원을 향한 여정을 감싸 안았다.
노래는 슬픔을 과장하지도, 감정을 밀어 올리지도 않았다.
그저 돌아가심이라는 신앙의 언어를 조용히 들려주고 있었다.


지난
2월 초, 서품식이 끝난 뒤 대주교님과 몇 분의 주교님들이 여주를 방문해 담소를 나누고
종부성사를 드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또 열흘 전쯤 한국가톨릭교회연구소 직원이 방문했을 때에도,
신부님은 우리 교회의 역사의 가치를 제대로 전해야 한다며 문화의 가치를 강조하셨다.
우리 교회의 유산을 잘 전해야 한다는 당부는,
사목이 단지 현재를 돌보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일임을 일깨워 주셨.


신부님은 평양에서 태어나셨고

6·25 전쟁 때 홀로 남쪽으로 내려오시어, 1962년 명동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으셨다.
그리고 훗날 명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하셨으며, 마지막 영결미사 역시 이곳 명동에서 봉헌되었다.

시작과 마지막이 같은 자리라는 사실이 묘한 울림을 준다.
한 사람의 사제 인생이 명동이라는 공간 안에서 원을 그리듯 마무리되었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근무 본당의 사목회장이 상주 역할을 맡게 되는데
,
이번에는 잠원동 성당 대표가 상주로 봉사하였다.
잠원동 성당에서 출발해 장지로 향한다고 한다.

가시는 길은 주님을 뵈러 가시는 길이다.
그래서 슬픔만으로 머물 수는 없다.
사제의 삶은 결국 돌아감이기 때문이다.


영결미사를 마치고 우리는 약속을 하나 했다
.
매년 223, 명동에서 연미사를 함께 드리자고.

기억은 단지 과거를 붙드는 일이 아니다.
기억은 이어 가는 일이다.

그분이 남기신 것은 직함도, 자리도 아니다.
사람들이다.
세워진 신자들, 연결된 공동체, 이어진 역사.

명동의 그날,
엄숙한 성가 속에서
우리는 슬픔과 함께 은총도 느꼈다.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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