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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제 2독서 묵상] 죄의 구조 속에서 은총의 구조를 짓다

제임스
2026-02-22 07:51 11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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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이 예전에는 다소 추상적으로 들렸습니다.
아담과 그리스도, 불순종과 순종, 죽음과 생명.
거대한 신학의 대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 말씀이 아주 현실적인 언어로 다가왔습니다.

한 지인의 가정에 갑작스러운 어려움이 닥쳤을 때였습니다.
경제적 위기였고, 예상치 못한 백혈병이 겹쳤습니다.
한 사람의 잘못이라기보다,
여러 사정이 얽히고 쌓여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죄는 늘 개인의 얼굴을 하고 오지만,
고통은 구조가 되어 퍼진다는 사실입니다.

경제의 구조,
관계의 구조,
무심함의 구조,
방관의 구조.
우리는 종종 그 안에 서 있으면서도
내 잘못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바오로가 말한 아담의 죄도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 번의 선택이 관계를 끊고,
그 단절이 세대를 넘어 조건이 되어 버리는 것.
그것이 구조적 죄가 아닐까요.

 

그때 몇몇 동문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습니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마음을 모았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기꺼이 동참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죄가 구조가 되듯,
은총도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한 사람의 불순종이 죽음을 퍼뜨렸다면
,
한 사람의 순종이 생명을 퍼뜨릴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이기심이 관계를 얼어붙게 한다면,
한 사람의 나눔이 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은총은 감정이 아니라 움직임입니다.
은총은 개인적 위로에 머물지 않고
연결을 만들어 냅니다.


그날 모금이 끝나고 난 뒤
마음이 묘하게 가벼웠습니다.
도운 사람도, 도움을 받은 사람도
같이 치유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로마서 말씀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한 사람의 범죄로 죽음이 지배하게 되었지만,
은총과 의로움의 선물을 받은 이들은
생명을 누리며 지배할 것입니다
.


은총은 죄를 덮는 것이 아니라

죄가 만들어 놓은 흐름을 바꾸는 힘입니다.

우리는 거대한 세상의 구조를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내 주변의 작은 구조는 바꿀 수 있습니다. 

무관심의 구조를 관심의 구조로

계산의 구조를 나눔의 구조로

침묵의 구조를 연대의 구조로

아담의 구조 안에 서 있을 것인가,
그리스도의 구조 안에 설 것인가.
 

결국 그것은 매일의 선택입니다.

은총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흘러가는 빛입니다.

죄가 많아진 세상입니다.
그러나 은총이 멈춘 세상은 아닙니다.


은총은 지금도

누군가의 손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통해
구조를 다시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그 은총의 구조를 이어 가고 계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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