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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독서 말씀] 기름부음, 순종, 그리고 ‘선별의 오류’

제임스
2026-01-18 20:32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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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겉으로 보면 순종과 불순종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식품인의 눈으로 읽으면 전혀 다른 층위의 메시지가 드러난다. 핵심은 무엇을 바쳤는가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가에 있다.

사울은 자신을 하찮은 사람으로 여긴다고 말하지만, 이미 기름부음을 받은 임금이다. 식품인의 언어로 바꾸면, 그는 이미 활성화된 시스템에 놓여 있다. 기름부음은 단순한 축복이 아니라, 상태의 변화다. 불활성 상태의 원료가 아니라, 이미 반응이 시작된 물질이 된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양이나 겉모양이 아니라, 반응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문제는 사울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그는 전리품 가운데 “가장 좋은 양과 소”를 남겼다고 말한다. 이유도 그럴듯하다. 제물로 바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식품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 대목은 매우 익숙한 오류를 떠올리게 한다. 공정 중에 제거해야 할 요소를 남겨 두고, 그것을 ‘더 좋은 활용’이라고 합리화하는 순간이다.

발효나 정제 공정에서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제거하기로 한 것은 품질이 좋아 보이더라도 제거해야 한다. 선택의 기준이 바뀌는 순간, 공정은 이미 흐트러진다.

사울의 문제는 일부만 남긴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기준으로 선별했다는 점이다. 그는 명령을 수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논리를 끼워 넣었다.

사무엘의 말은 이 지점에서 결정적으로 날카로워진다.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제사보다 낫다.” 식품인의 언어로 옮기면, 이는 결과물보다 공정 관리가 중요하다는 선언에 가깝다. 아무리 좋은 제물이라 해도, 공정 자체가 어긋나 있으면 그 결과는 의미를 잃는다. 이는 번제물과 숫양의 굳기름이라는 재료의 문제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특히 “고집을 부리는 것은 우상을 섬기는 것과 같다”는 말은 식품인에게 깊게 다가온다. 고집이란 기존의 판단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조건이 바뀌었는데도 기준을 수정하지 않는 태도다. 공정에서 이런 고집은 곧 실패로 이어진다. 이미 방향이 틀어졌는데도, ‘좋은 원료를 썼다’는 이유로 정당화하면 전체 시스템은 붕괴된다.


기름부음을 받은 사울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니다. 그는 공동체 전체를 대표하는 구조가 되었다. 그래서 그의 판단 하나는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오류로 확장된다. 식품공장에서 한 단계의 판단 오류가 전체 로트를 폐기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이때 문제는 악의가 아니라,
선별 기준의 왜곡이다.


이 본문을 식품인의 시선으로 읽으면, 사무엘의 말은 이렇게 들린다.
“좋아 보이는 것을 남기지 말고, 처음 정해진 기준을 지켜라.
제물보다 중요한 것은, 네가 어떤 판단 기준으로 움직였는가다.”

결국 사울이 왕위에서 배척된 이유는 일부를 남겼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기준을 말씀 위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음식에서도, 연구에서도,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나쁜 재료를 쓸 때가 아니라, 좋은 재료를 핑계로 기준을 바꿀 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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