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경 말씀 2 ] 마음을 알아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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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과부의 두 렙톤을 떠올리며
과부가 성전에 들어와
손바닥보다 작은 두 렙톤을 살며시 올려놓던 장면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그 이야기만 들으면
언제나 마음 한쪽이 잔잔히 떨린다.
사람들의 시선은 부유한 이들이 쏟아 붓는 황금에 머물러 있었지만,
주님은 아무도 보지 않는 작은 순간,
그 여자에게서 흘러나오는 마음의 울음을 들으셨다.
그 이야기는 오래도록 내 교직 생활의 그림자처럼
나를 뒤따라왔다.
시험지를 앞에 둔 학생들을 바라보면
겉으로는 모두 똑같아 보였다.
같은 책상, 같은 조명, 같은 시간,
그리고 같은 문제.
그러나 그 종이 한 장 뒤에 놓인 그들의 삶은
서로 다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아가는
수천 개의 이야기였다.
어떤 학생은
집안이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하여
중간중간 숨을 고르며 공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또 어떤 학생은
예고 없이 찾아온 가족의 병환과 싸우며,
눈물 젖은 베개를 돌려가며
책을 붙잡았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던 이가 갑작스레 군대를 간다고 말해
잠들지 못한 밤을 한참 지나서야
눈을 감을 수 있었던 학생도 있었을 것이다.
그 마음의 쓸쓸함은
아무도 모르게 시험지 구석에 묻어났을지 모른다.
공부하던 방에 정전이 나
촛불 아래 흔들리는 그림자와 싸우며
마지막 한 줄을 읽으려 애썼던
젊은 영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시험 점수라는 이름의 숫자들 사이에는
말하지 못한 사연들이 숨어 있었다.
부유함과 빈곤, 평온과 폭풍,
사랑과 상실,
모두가 각각의 렙톤처럼
그 마음 속에 고요히 담겨 있었다.
나는 주님께
그 마음들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달라고
종종 기도했다.
과부의 두 닢을 알아보신 주님처럼
학생의 마음도
그 실력의 점수가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까지 살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 기도는
끝내 내게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주님이 아니었고,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았으며,
때로는 학생의 삶을 이해하기엔
너무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는 자리였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작은 여지,
한 줄기의 숨구멍을 내어 주는 일이었다.
학기말 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중간고사나 참여도가 부진했던 학생들,
힘겹게 따라오던 이들에게
마지막 한 번의 희망을 건네는 일.
Top 3에 들 만큼만 해낸다면
그전에 있었던 모든 어려움은 묻지 않겠다고,
A학점을 주겠다고 나는 말하곤 했다.
그것은
두 렙톤처럼 미약해 보이는 선택이었지만
어떤 학생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손잡이였고,
어떤 학생에게는
세상의 무게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언덕이었다.
과부의 두 닢을
누구보다 귀하게 보신 주님을 떠올리면
나는 여전히
학생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아보지 못한
내 한계가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 마음을 흉내 내보려 하는 노력만큼은
내 교직 생활을 부드럽게 감싸주던
따뜻한 기도였다.
재직시절 나는 문득
빈 강의실의 적막을 가르는 조용한 햇살을 보며
그들의 사연을 떠올리곤 하였다.
점수가 아니라 마음을 바라보는 일,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이유를 듣는 일,
그 일들이야말로
과부의 두 렙톤이 가르쳐 준
작고도 고귀한 지혜였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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